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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인간의 성공이 아름답지만은 않은 이유 (from. 사피엔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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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인간의 성공이 아름답지만은 않은 이유 (from. 사피엔스)

C빌런 2022. 6. 24.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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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 읽었던 영화, 만화, 책을 보면 인간이 지구의 정점에 서게 된 이유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을 접한 적이 있다. 인간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선택받은 종이라는 이론, 인간의 의사소통 능력이 오늘날 지구 최강으로 만들어 주었다는 이론이다. 

  당연하게 삼겹살을 먹고, 소고기를 먹는 나는 인간으로 태어나서 다행이었다. 그런데 수요일마다 방송하던 동물의 왕국을 통해서 무리 생활을 하는 원숭이들 역시 음성으로 의사소통하며, 개미의 경우 페로몬을 이용해 먹이를 확보하는 등 일사불란한 사회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잠수함 타던 시절에는 심해에서 우리 배를 따라다니며 노래를 부르던 돌고래들의 유희도 경험했다. 

  언어는 인류를 정점으로 만들어준 최강의 무기라고 들었는데, 지구상에는 사회를 유지할 정도로 의사소통하는 동물들이 제법 있었다. 그렇다면 역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인간의 뇌가 승리의 비결일까? 


  블로그에 많은 글을 적으면서 인간의 심리와 진화에 대해 알게 된 것을 생각해 볼 때, 인간의 판단과 선택에는 항상 감정 기반의 기억을 매개로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나를 비롯해 대부분의 사람은 먹을 것이 눈앞에 있으면 저절로 손이 가며, 휴대폰이 보이면 게임을 하거나 흥미로운 영상을 보고, 컴퓨터가 보이면 웹서핑, 게임에 시간을 쓴다.

  인간의 신념 따위는 눈앞에 보이는 단순하고 쾌락적인 존재들 앞에서 무력해진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것과는 동떨어진 개체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인간이라는 종은 어떻게 지구를 지배하게 되었을까?

  대부분의 사람은 인간을 동물학적인 명칭으로 '호모 사피엔스'라고 명칭 한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호모 사피엔스는 인간에 속하는 많은 종 중 하나이다. 인류는 약 250만년 전 동부 아프리카에 살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를 시작으로 여러 지역으로 번창해 진화했다. 

  그 결과 호모 사피엔스(아프리카 생식), 호모 에렉투스(동아시아 생식), 호모 네안데르탈시스(유럽 생식) 등 많은 종이 파생되었으며, 그 중 '네안데르탈인'이라고 불리는 '호모 네안데르탈시스'는 호모 사피엔스보다 근육이 많고 덩치가 크며 추위에 강인했다. 

  연약한 피부와 보잘것없는 무기(주먹? 이빨?)를 가진 이 인간들은 맹수들의 양식이 되는 리얼 야생 버라이어티의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다 약 80만년 전, 인류가 '불'의 사용법을 습득하면서 인류의 먹이사슬은 최상위권으로 올라서게 된다. 

  '호모 사피엔스'는 이런 불을 사용하는 인류 중 하나였다. 그리고 오늘날 지구의 '현대 인류'는 모두 '호모 사피엔스'의 후손이다. 이웃에 있던 '네안데르탈인' 보다 힘도 약하고 추위에 떨던 이 종의 성공 신화는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기본적으로 인류는 무리생활을 하였다. 집단의 보호를 받는 것은 인간의 긴 임신기간과 먹이사슬을 고려했을 때 필수적인 선택이기 때문이다. 보통 약 50명 정도로 구성된 무리를 형성했으며, 그 이상의 인구가 증가할 경우 갈등으로 사회 유지가 힘들어져 무리가 분리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침팬지의 무리는 항상 이런 사이클을 형성한다)

  그러나 '호모 사피엔스'는 약 150명 또는 그 이상의 집단을 구성하는 것이 가능했다. 다른 종들과 구별된 집단의 힘을 만들어낸 '호모 사피엔스'의 특출난 능력, 그것은 '추상화'였다. 예전에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책에 대한 글에서 다루었듯 '사피엔스'에게는 눈에 보이지 않는가치를 상상하고 믿을 수 있는 능력이 존재한다. 

  '호모 사피엔스'는 형체 없는 무언가를 상상하고 믿을 수 있는 능력을 통해 동일한 가치를 공유할 수 있었다. 이런 사피엔스의 진화는 서로 처음 보는 사이라도 같은 가치를 공유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쉽게 협력을 끌어낼 수 있게 되었다.  

  예시로, 우리는 '대한민국'의 국민이며 이 땅에서 살 권리와 투표를 행사하고 지킬 의무를 진다. 경제활동을 하여 돈을 벌 수 있고, 법의 준수를 통해 갈등을 조정할 수 있다. 위에 말한 것 중 물리적 실체가 있는 것들은 없다. 국가, 투표, 법, 돈, 살 권리, 지킬 의무, 경제활동 모두 우리의 상상 속에 존재하지만 대한민국 국민들이 공유하는 무시할 수 없는 가치이자 '사회적 현실'이다. 

  이렇듯 많은 사피엔스가 '추상화'를 통해 만들어낸 '사회적 현실'은 '문화'가 되었고, 마을에서부터 국가를 형성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사피엔스'들을 하나의 가치 아래 묶어 스스로 협력하고 통제되게 했다. 마침내 약 1만년 전, '호모 사피엔스'는 지구상의 다른 형제종을 멸종시키고 유일한 인류가 되었다. 

  많은 사피엔스가 공유하는 가치 아래 수십만의 개체가 모이면서 '도시국가'를 형성했고, 거대한 집단을 유지하기 위해 안정적인 식량의 공급이 중요해지면서, 정착하고 '농경사회'로 발전하게 된다. 농업의 발전은 '사피엔스'의 잉여 식량을 제공하고 종족의 대량 번식에 크게 기여하였다.

  그러나 종족이 아닌 대다수 개개인의 입장에서 농경사회의 진입은 능력 저하를 일으키고 족쇄가 되었다. 농경사회 이전, 수렵채집 활동을 하던 인류는 먹이 위치, 안전한 사냥터, 사냥법, 맹수의 표식 등 많은 것들을 기억해야 했고 신중한 판단을 위한 지적 활동을 끊임없이 하였다. 매일 생존을 위해 달리는 그들의 신체 능력 역시 기본적으로 뛰어났다.(오늘날 운동선수가 당시에 일반인 평균이라고 한다.)

  농경사회의 대다수는 농부였으며, 농부는 논을 관리하고 곡물을 재배하는 것이 일과의 대부분이었다. 각자의 역할이 달라지면서 사회는 '분업화'가 되었다. '분업화'는 잘 돌아가는 공장처럼 전체적인 부의 규모를 키웠다. 그러나 정보의 불균형을 만들고, 개인의 능력을 약화했다. 

  사피엔스의 '추상화'란 '인지 혁명'에서 정보의 제공과 생산자는 소수의 사피엔스(종교 지도자, 왕, 귀족)였으며, 농부 사피엔스들이 생산하는 대부분의 부는 그들에게 돌아갔다. 


  최초의 '인지 혁명'과 '농업혁명'을 이후로 '산업혁명', '정보화 시대'로 들어섰다. 그러나 인류는 여전히 '분업화'에 특화된 사회구성원이 대부분이며, 그 사회구조는 바꾸기 어렵다. 직업이 달라지고 수단이 바뀌었을 뿐, 우리가 공유한 '사회적 현실'은 여전히 상위계층이 많은 부를 소유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글은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인간의 평등을 주장하는 글이 아니다. 애초에 인간을 떠나서 침팬지, 사자, 하이에나 등 자연계를 보면 알 수 있다. 무리의 상위계층이 더 많은 먹이를 먹는다. 인간은 그저 상상을 통해 동물적인 위계 서열을 구체화 시키면서, 효율적이고 극단적으로 부의 편중을 만들고 합법적으로 하위계층의 생사를 결정할 수 있게 되었다.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고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한다. 나 역시 대한민국에 사는 청년으로서, 누구에게나 기회는 평등하게 주어져야 한다고 여긴다. 그러나, 이 생각마저 결국 사람들이 믿고자 하는 하나의 '사회적 현실'이다.

  생물학적 관점에서 인간에게 평등은 존재하기 힘들다. '세로토닌'이라는 호르몬의 존재는 적나라한 예시이다. 상대방과의 우위를 비교해 열등감과 우월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의 존재는 우리가 평등한 존재로 있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애초에 열등감과 우월감을 느끼지 않는다면 '평등'이라는 말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나를 비롯한 살아있는 인간은 '사회적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런데 이런 '사회적 현실'을 인지하니 더 이상 '햄스터의 쳇바퀴'를 돌릴 수 없게 되었다.

  군인은 좋게 말해서 '나라를 지키는 것'이지, 전쟁이 나면 이번 명령으로 죽을 것임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연하게 돌진해야 한다. 언제든 나라를 위해 죽을 각오를 했던 다짐은 계층을 유지하기 위한 하위 개체의 희생으로 인지되었고 아름답지 않았다. 

  개체의 삶이 소중해진 순간 나는 군을 나왔다. 군을 나왔기에 남아있는 동기들과 장병들의 희생이 더 크게 느껴진다.

  '자청'님의 '역행자' 책을 읽으면서 '제너럴리스트'의 역량을 키우고 인간의 심리를 역행해 상위계층이 되고자 하는 이야기도 포함해서 글을 적고 싶었는데 군을 나온 스토리가 결론이 되었다. 그러나 '사회적 현실'의 인지는 자신의 위치를 깨닫게 하고 삶을 변화시키기 위한 분투의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 

  '사피엔스'라는 책이 두껍고 어렵게 느껴질 것 같아 꺼렸지만,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이 든다. 다만, 자신의 생활에 만족해하시는 분들이라면 별로 추천해 드리고 싶지 않은 책이다.

사피엔스 배경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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