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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

라. 자유를 책임진다는 말에 대하여

C빌런 2022. 5. 26.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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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TBC의 '차이나는 클라스'라는 프로그램의 제작진들이 그동안의 방송한 내용들을 정리해 책으로 내놓았다는 것을 알고 그 책을 읽어보았다. <차이나는 클라스-국제정치 편>이다. 사실 정치나 외교 이런 것들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그런 이야기는 내 세계와 무관한 일이라고. 난 그저 오늘 하루 상급자가 시키는 일 빨리 해놓고 최대한 쉬려는 생각밖에 없었으니까.

 

  책을 읽게 되다 보면 우리나라의 국제적인 관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두 개의 국가의 이야기가 나온다. '중국'과 '일본'이다. 그중 오늘은 '그 국가', '그 나라'라는 대명사로까지 지칭되는 거대한 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나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그 국가'의 이름을 듣자마자 부정적인 감정과 인상을 느낄 것이다. 책에서 강의를 해주는 패널에 대한 질문들이 하나같이 다 감정이 섞여 있다. '파렴치한', '어이없다', '얼토당토않다' 이런 표현이 정말 많이 쓰인다.

 

  그러나 나는 최근 어떤 유튜브를 통해 정치와 외교에서는 감정을 다른 방향으로 사용해야 하는 시각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간다효 TV'의 간다효님은 국제정치와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감정주의, 민족주의를 비판하며 국제정치는 냉철한 시각으로 '왜? 무엇을 위해?'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생각을 하며 바라보아야 한다고 얘기한다.


「중국이 저러는 이유」

  역사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이라면 '동북공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으실 것이다. 중국이 만주지역에 있던 고대 한국의 역사(고구려, 발해 등)를 중국의 역사라고 왜곡하고 실제 만주 지역의 박물관, 관광명소를 모두 그 기조에 맞추어 외국인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한국인들이라면 상당히 기분이 나쁠 것이다. 우리는 분명 어릴 때부터 고구려는 한국 역사라 배웠고, '주몽'같은 드라마에서도 송일국 씨가 활도 멋지게 쏘고 한민족으로서 중국과 맞서는 모습을 봤는데! 무슨 헛소리야. 이 감정에서 끝나면 안 된다.

 

  중국 정부는 '왜?' 굳이 고구려, 발해의 역사를 자신의 역사에 편입하려고 할까? '한민족의 역사가 더 뛰어나서? 고구려는 중국이 봐도 짱짱 멋진 국가이니까?' 지능이 낮고 민족주의자였던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자.

 

  고구려가 한국에서나 가장 영토가 넓고 강성했던 고대의 국가였지(이것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역사적 '르상티망'이다). 비록 흥망성쇠가 빠르긴 했지만 드넓은 중원에서 거대한 영토를 차지하던 고대 국가가 있었고 지금도 넓은 영토와 많은 인구를 바탕으로 전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국이 우리나라와 굳이 마찰을 일으키면서까지 고구려의 역사를 얻는다고 한들 크게 의미가 있을까?

 

  중국에게 역사적 사실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확히 바꿔서 말하면, 중국의 공산당 정부에게는 현재와 미래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무슨 말일까? 중국은 개혁·개방이 이루어지고 시장경제가 들어섰지만, 엄연한 '사회주의'이며 국가를 '공산당'이 통치하고 있다. '정치'의 정의가 무엇인지 상기해 보자.

 

'정치 : 나라를 다스리는 일, 국가의 권력을 유지하고 행사하는 활동'

 

  중국은 '공산당'이라는 당이 독재 정치를 한다. 즉, 자신들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활동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산당이 정권을 내려놓게 되는 것은 무슨 말일까? 나는 민주주의가 들어서거나 그와 비슷한 권력의 분산이 일어난다는 것을 뜻한다고 생각한다. '동북공정'에서 갑자기 이 말이 왜 나왔을까?

 

  간다효 님은 중국 공산당 정부가 가장 경계하는 것이 '중국의 분열'이라고 한다. 이는 중국 정부의 태도를 통해 알 수 있다. 대만과의 문제에서도 'One China'를 강조하고(그렇기에 우리나라는 중국과 수교를 맺기 위해 대만과 수교를 단절했다), 미국 정부의 소수민족 탄압과 인권문제 개입에 '내정간섭'이라며 날을 세운다.

 

  자신들의 분열 가능성을 언제든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을 이루는 56개의 소수민족의 '완전한 중국화'는 중국 정부가 떠안고 있는 '현안'이다. 이 현안에 대응을 잘못했다가 수많은 소수민족이 독립을 일으키는 날에는 '민주화'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미래에 대한 예측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말은 국제정치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면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리를 해보자.

 

현 실태 : 중국은 56개의 소수민족들을 포함한 국가이며, 독자적인 민족성으로 인해 분열이 일어날 수 있다

 

그것이 왜 문제인가? : 중국 내부의 분열 문제는 자칫 민주화의 도화선이 될 수 있으며,

이는 공산당의 정권 유지에 큰 문제가 된다.

 

해결방법은? : 미래 소수민족 독립에 불씨가 될 만한 것들은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

 

어떻게? : 소수민족들의 역사와 민족성을 중국화 해야 한다. 스스로 중국인임을 인지하게 만들어야 한다.

 

방법은? : 조선족, 위구르족 등 각 지역의 소수민족 역사를 중국 역사로 편입하고 어린 시절부터 교육하자.

 

  '동북공정'은 이런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중국은 '남서공정', '북방공정' 등 수많은 역사왜곡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그러다가 의문이 든다. 중국 정부의 이런 정책과 왜곡을 중국 국민들은 과연 모를까? 아무리 공정이라도 자료가 빈약해 보이고 때 쓰기 식 왜곡과 주장을 중국 국민들이 받아들이는 것일까? 대부분 '중국 놈들은 무식해서 그런 거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고 무조건 맞다고 지지할 거야'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다.

 

  나도 책을 읽고 간다효님 영상을 보면서 동의했다. 다만,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 과정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중국 국민 대다수가 공산당 정부가 하는 말에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고 동의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산당 정부의 보복이 두려워서? 사람들을 힘으로만 억누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중국 정부의 카드는 '애국주의, '민족주의'이다.

 

  어린 시절부터 중화민족의 위대함, 흔히 말해, '국뽕'을 가득 주입받고 자란 성인들의 삶은 국가가 잘 되는 것이 곧 자신들의 업적처럼 느껴져 기분이 좋기도 하고 자긍심을 느끼며 살아간다.

 

  중국 공산당 정부는 이런 '민족주의'를 앞세워 중국은 다시 '세상의 중심'으로 성장해 나갈 것임을 표방하고, '중국 땅 위의 모든 역사는 중국 것임'을 주장하며 국민들의 지지를 얻어내게 되는 듯하다. 아무리 그래도 중국도 인터넷이 있고 정보가 원활히 공유될 텐데 그렇게까지 '국뽕'이 판을 칠까? 다음은 중국의 '민족주의'가 높은 수준임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여겨지는 기사이다. 

중국 애국주의 영화관련 뉴스기사

  어떤 '대중 상업영화'가 흥행한다는 것은 그 나라 사람들의 선호하는 생각과 생활을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라고 생각한다. 중국의 영화시장은 해마다 규모가 커지고 있고, '할리우드 시장'을 위협할 정도라고 한다(사람이 많으니까). 그런 중국 시장에서 1, 2위를 하는 영화가 위와 같은 '국뽕'영화들이다.

 

  특히, 이런 '애국'이 흥행하는 중국 영화시장은 어릴 때부터 주입된 애국주의를 더욱 강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다. 아래는 그 대표적인 예라고 생각되는 기사이며, 중국 공산당 정부는 자신들의 정책에 대한 지지를 따로 홍보하지 않아도 될 '자동화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구축한 것 같다.

중국 젊은층의 정부지지 관련 뉴스기사


「왠지 익숙한 모습?」

  그런데, 이런 중국의 '애국주의', '민족주의'를 보면 어쩐지 익숙하다. 내 모습에서 그 익숙함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한-일 축구 경기를 하게 되면, 무조건 보게 되고 다른 건 몰라도 일본은 이겨야 한다는 생각을 강하게 느낀다. 인터뷰를 해본 우리나라 축구 선수들도 '한·일전'은 특별하다고 하며 각오를 다지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역대 영화 흥행 순위 1위는 이순신 장군과 일본의 전투를 다룬 '명량(2014년)'(17,615,686명)이다. 물론, 2018년 '안시성'같은 영화는 흥행이 엄청나게 성공하지 못했지만 '약 5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2019년 일본 정부의 '대한민국 수출규제'관련해서 우리나라에서는 대규모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 일어났다.

 

  위의 사실을 통해 나를 비롯한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가 '민족주의' 감정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생각했다. '민족주의'는 국가적 재난의 상황을 헤쳐나갈 때 큰 힘을 발휘한다고 믿는다. 대표적인 것이 우리가 싫어하는 '일본제국'에 대항하던 이름 모를 의병들과 수많은 독립투사분들의 애민, 애국정신이다.


「'생각'할 책임을 지는 시민」

  그러나 '민족주의'에 기반한 감정(르상티망)과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에 의해 어떤 사람들은 참담한 역사를 경험해야 했다. 내가 자주 언급하는 '히틀러에 대한 독일 국민들의 지지'가 타당한 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예시를 잘 생각해 보라. 히틀러가 '르상티망'을 이용하지 못할 정도로 대다수 독일 국민들이 성숙한 사고와 깨어있는 인식을 하고 있었다면, 히틀러와 나치는 정권 획득에 성공할 수 있었을까?

 

  나는 히틀러의 행동을 두둔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성숙하지 못했던 독일 국민들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세계대전 패전 후 막대한 배상금과 모든 생산 기반이 무너진 독일에 살고 있었으면 피해의식으로 인해 대부분 올바른 사고를 할 상황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판단된다. 이 질문의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당시의 독일보다 더 쾌적한 환경, 체계적인 법과 치안, 풍족한 식문화를 누리고 있다. 우리는 '민주주의'사회에 살고 있으며, 우리에게는 '누릴 자유'가 주어진다. 그 자유에는 대표를 선출하고, 직장을 가지고, 돈을 벌고, 내가 먹고 싶은 것을 사 먹고, 공정하게 법의 심판을 받고, 원하는 곳에서 살 수 있는 자유가 있다.

 

  그리고 우리는 시민으로서 '자유의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나를 비롯한 대부분은 삶이 바빠서, 나랑 큰 관련이 없는 문제라서 돈 얘기, 주식 얘기 같은 것들을 제외하면 기울이지 않고 책임의 무게를 가볍게 느낀다. 무슨 책임을 말하는 것일까?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을 반추해 보면 우리는 시민으로서 '생각'할 책임을 상대적으로 가볍게 느낀다고 생각한다.

 

  고대 유명한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당시 지식인이라는 작자들이 배우지 않는 행태를 비판하며, 진정한 배움은 '모르는 것을 알았을 때'부터 시작한다고 얘기하였다. 배운다는 것은 단순히 지식을 그대로 머릿속에 저장하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지식과 지식이 만나서 새로운 발견을 하고, 그것을 적용하고 다시 다른 지식을 받아들이고 또 새로움을 발견하고 이런 일련의 '생각'하는 과정이야말로 우리에게 진정한 배움의 과정일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와 세계에 대한 끊임없는 사고를 함으로써 성숙한 의사결정에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성숙한 의사결정이란 감정을 배제한 이상적인 결정이 아니다. 인간의 기억 체계가 감정을 기반으로 하는 '맥락 기억 체계'인 이상 우리는 '감정'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다만 우리는 '그 순간의 감정'을 인지하고 감정을 다른 곳으로 발산하도록 유도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 나는 이것이 우리가 '자유'를 책임지는 시민의 올바른 의사결정이라고 생각한다.

 

  뭔가 이야기가 장황하게 늘어지게 되었다. 요지는 우리가 진정한 우리의 목소리를 내게 되려면 '생각'을 해야 하고, 그런 '생각'을 해야만 소중한 우리의 삶이 정치적인 희생양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다른 사회는 모르겠는데,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유'를 할 수 있는 가장 최고의 방법은 역시 '독서'이다. 이 글의 핵심 목표이다. 많은 사람들이 '독서'하는 문화는 건전하고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는 이상적인 사회로 만들어 줄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


  뭔가 도덕 책에 나올 법한 얘기를 해서 스스로 안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만, 오늘의 책을 보고 그동안 쌓인 생각( '차이나는 클라스-국제정치 편', '간다효TV',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었는가')에 대한 정리이자, 책 읽기의 중요성을 깨달아 적은 글입니다. 재미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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